(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중고차 100여대를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린 인천 중고차수출단지 화재 현장은 폭격 현장을 방불케 했다.
19일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 수출업체 화재 현장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발화 원인을 조사하는 소방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3천300㎡ 규모의 업체 야적장 내 중고차들은 50cm가량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은 채로 모조리 앙상하게 뼈대만 남긴 채 검게 탔다.
창문들은 대부분 깨져 있었으며 내부 의자와 플라스틱은 고열에 녹아 흘러내려 당시 화재 상황을 실감케 했다.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보니 화재의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인근 업체에 있는 중고차들은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등 색깔을 띠는 반면 불이 난 업체에 있는 중고차들은 모두 타면서 검거나 회색으로 변해 대조를 이뤘다.
인근 주민 박모(63)씨는 "새벽 2시쯤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창문이 요란하게 흔들리고 개가 짖어서 포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잠에서 깨 창문을 보니 수출단지 한 업체 컨테이너 지점에서 불길이 올라왔다"고 화재 당시를 설명했다.
다른 주민 김모씨는 "불은 업체 북동쪽에서 시작해 강풍을 타고 남서쪽으로 번지며 중고차들로 확산했다"며 "업체 북쪽에 있는 모텔 2곳에는 다행히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면서 불씨가 날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투숙객 40∼50명이 헐레벌떡 뛰쳐나오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진화 작업도 녹록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대응 단계는 발령하지 않고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화재 당시 바람이 많이 불고 불길이 커 어려움을 겪었다. 영하의 날씨도 방해가 됐다.
소방대원들은 당시 불이 주변 업체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주변에 쌓여 있는 수출용 컨테이너에 올라가 연신 물을 뿌리며 진화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는 이날 오전 2시 20분께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한 중고차수출업체서 큰 폭발음과 함께 났다.
이 불로 수출용 차량 보관 컨테이너 11개 동과 중고차 100여 대 등이 타 8천5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112명과 펌프차 등 장비 43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5시간여 만인 오전 7시 24분께 완전히 불을 껐다.
소방당국은 중고차 보관 컨테이너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